퇴행성관절염,60대 이상 유병률 1위
류머티즘은 30~40대 면역체계 이상
통풍은 40~50대 남성들이 주의해야
뼈와 뼈가 만나는 부위에 염증이 발생하는 관절염은 흔히 ‘날씨 병’이라고 부를 만큼, 기후와 관련성이 높다. 몸의 관절은 저온, 고습, 저기압에 매우 민감하다. 초겨울 날씨에 통증이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하고 찬바람이 불면 차가운 기운이 신경을 자극해 관절 주위의 혈액순환을 나빠지게 할 수 있다. 노약자나 고령자들이 관절염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노인병’이나 ‘무릎병’ 정도로 알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관절염은 나이와 성별, 부위를 따지지 않고 온다. 사람의 몸에는 100여 개의 관절이 있고, 관절을 괴롭히는 질병 역시 100여 개가 넘는다. 물론 모든 관절염 종류를 다 알 필요는 없다. 비교적 자주 발생하고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관절염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 들면 나타나는 퇴행성 관절염 = 퇴행성 관절염은 5대 만성질환 중 60대 이상 노인 유병률 1위로 꼽힐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뼈와 뼈의 움직임에 따라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는 관절을 오랜 세월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연골이 닳고 연골표면도 울퉁불퉁해진다. 또 부서진 연골조직이 활액 속을 떠다니면서 관절의 움직임을 방해해 퇴행성 관절염이 시작된다. 주로 무릎에 오지만 엉덩이 관절(고관절), 발목, 어깨 등 다양하게 발병할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하려면 젊어서부터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무릎 관절을 혹사하는 생활습관을 자제해야 한다. 이광원(정형외과 전문의) 강북힘찬병원 의무원장은 “쪼그려 앉거나 엎드려 걸레질하는 등 관절에 부담을 주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며 “오랫동안 고정된 자세 역시 관절에 부담을 주므로 자주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관절염 환자들이 기억해야 하는 것은 관절은 사용할수록 닳는다고 생각하지만, 적당한 운동은 관절 주위 근육에 자극을 줘 튼튼해진다는 사실”이라며 “무릎을 쓰지 않으면 근육이 약해지고 관절이 점차 굳어지는 만큼 쑤시고 아픈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운동은 필수”라고 말했다.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다.
관절염은 초기, 중기, 말기로 구분해 치료한다. 초기는 X-ray 상으로 연골 손상이 보이지 않지만, 계단을 내려올 때 순간적인 통증을 느끼거나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할 때 힘든 증상이 나타난다. 약물 요법으로 관절통을 줄인 다음, 유산소운동이나 수영장 등에서 부력을 이용해 관절에 부담이 없으면서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면서 치료한다. 중기는 흔히 걸을 때 무릎에서 소리가 나면서 아프며, 통증으로 편히 누워 있기도 힘든 증상을 호소한다. 이미 연골이 닳아 너덜너덜해지고 뼈끝이 뾰족하게 자란 상태다. 찢어진 연골을 봉합하거나 손상부위를 도려내는 관절 내시경 수술이 주로 행해진다. 말기 관절염은 인공관절로 대치하는 방법이 있다.
◇뒤늦게 인식하는 류머티즘 관절염 = 류머티즘 관절염은 면역체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성 면역질환이다. 고령자에서 흔한 퇴행성 관절염과는 달리 30∼40대 등 젊은 층에도 흔하게 발생한다. 아침에 심하게 관절이 뻣뻣해지는 ‘조조 강직’ 증상이 대표적이다. 일반 관절염과 달리, 초기 증상이 왼쪽과 오른쪽에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초기 증상이 나타난 후 2년 이내 관절 변형이 발생할 확률은 80%에 달한다.
한 번 관절의 변형이 발생한 후에는 관절을 되돌리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대한류마티스학회가 국내 환자 5376명을 대상으로 최초 진단시기를 조사한 결과, 몸에 이상을 느낀 뒤 병원을 찾아 진단받기까지 평균 20.4개월이 소요됐다. 이는 캐나다(6.4개월), 벨기에(5.75개월), 덴마크(3∼4개월)와 비교할 때 3∼5배 정도 길다. 최정윤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은 “아직 많은 이들이 초기 통증이 있어도 유사 관절 질환으로 간과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고 치료를 받다가도 통증이 조금 사라지면 증상이 나아졌다고 판단해 치료를 소홀히 하다가 병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다행히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조기진단과 치료를 통해 관리하면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로는 스테로이드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 항류머티즘제, 생물학적제제 등이 있다. 최근에는 염증 유발 특정 단백질의 발현 자체를 억제하는 생물학적제제 ‘아달리무맙’(제품명 휴미라) 등이 개발돼 다양한 면역질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남성에게 흔한 통풍 = 통풍도 관절질환 중 하나다. 퓨린이란 물질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찌꺼기인 요산이 몸에 쌓여 관절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주로 40∼50대 중년남성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술과 고기 안주류에 퓨린이란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요산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쌓인 요산 결정체가 통풍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술은 퓨린이 많이 들어있을 뿐 아니라 요산 배출도 억제해 통풍의 주원인이 된다. 통풍은 대부분 엄지발가락, 무릎, 발목 등의 하지 관절에 갑자기 생기는 경우가 많다. 엄지발가락 관절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90%다. 통풍이 생기면 관절이 퉁퉁 부어오르면서 열이 나 벌겋게 달아오른다.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도 나타난다. 통증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므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 변형, 신장기능저하, 고혈압 등의 합병증이 생긴다. 통풍환자의 30∼50%는 고혈압이 발생한다. 따라서 비만하거나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 이뇨제와 항생제를 많이 복용한 사람, 가족력이 있는 사람 중 엄지발가락 및 하지관절에 눈물이 날 정도로 급작스러운 통증이 나타난다면 통풍을 의심해야 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